대나무숲 품은 범어공원

대구 수성구 범어공원은 도심 가까이에서 대나무 숲길과 흙길, 생활체육 공간을 함께 만날 수 있는 산지형 공원이다. 범어동과 황금동 일원에 걸쳐 있으며, 멀리 이동하지 않고도 나무가 우거진 길을 걸을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긴 산책을 원하는 시민은 순환산책로를 따라 걸을 수 있고, 시간이 부족할 때는 이용할 입구를 기준으로 일부 구간만 선택할 수도 있다.
4.61km 순환산책로
수성구가 안내한 범어공원 순환산책로의 길이는 4.61km다. 공원 안에 있는 모든 길의 길이를 합친 수치가 아니라 하나로 연결된 순환산책로의 거리다. 산책로는 2024년 12월 조성을 마치고 개방됐으며, 2025년 1월 공식 소식을 통해 소개됐다.
전체 코스의 예상 소요 시간은 성인 기준 약 1시간 30분이다. 다만 출발 지점까지 이동하는 시간과 휴식 시간, 걷는 속도에 따라 실제 소요 시간은 달라질 수 있다. 처음부터 전 구간을 걷기 어렵다면 입구와 목적 시설을 정한 뒤 일부 구간을 둘러보는 방식도 가능하다.
범어공원은 1965년 2월 공원으로 결정됐다. 최근 문을 연 순환산책로보다 공원 자체의 역사가 훨씬 오래된 셈이다. 오랜 기간 동네 숲으로 자리해 온 공간에 새로운 산책길이 더해지면서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보행 구간도 넓어졌다.
수성구 정비사업 자료에는 토지 매입을 통한 공원 보존과 훼손지 복구, 산책로 정비가 주요 방향으로 제시돼 있다. 순환산책로 조성 역시 주민 요청에 따라 추진됐다. 범어동과 황금동, 만촌동을 비롯한 인근 생활권을 고려해 산책과 운동을 함께 할 수 있는 연결 길을 마련한 사업이다.
입구에서 살펴볼 안내도
입구의 대형 안내판에는 ‘범어근린공원’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다. 안내도에는 나야대령비와 구민테니스장, 주변 학교와 방송국 등이 함께 표시돼 있어 공원과 인근 주거지역의 관계를 파악할 수 있다. 길이 여러 방향으로 나뉘는 산지형 공원인 만큼 출발 전에 안내도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안내판 옆 이정표에는 나야대령비 1,070m, 대구박물관 570m, 청소년체력단련장 510m가 표시돼 있다. 각각 이정표가 설치된 지점에서 해당 시설까지 남은 거리를 뜻한다. 박물관이나 체육시설을 함께 방문할 경우 갈림길에서 이동 방향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안내도에는 KBS대구방송국과 대구여자고등학교, 두레맨션과 을지맨션 등의 이름도 표시돼 있다. 주변 도로와 연결되는 진입 방향이 여러 곳이므로 출발 전에 목적 시설이나 가까운 건물 이름을 확인하면 입구를 찾는 데 도움이 된다.
화장실과 주차 위치도 공원 안내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출발 지점에 따라 가까운 편의시설이 달라지는 구조이므로, 입구에서 필요한 시설의 위치를 먼저 살펴보는 편이 효율적이다. 산책로와 체육시설이 넓은 범위에 분산돼 있어 모든 시설이 한곳에 모여 있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길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
한국전쟁의 기억 나야대령비
범어공원 안내도에서 눈에 띄는 역사 장소는 범어동 산156에 있는 나야대령비다. 이 기념비는 유엔한국위원단 인도 대표였던 나야 대령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
나야 대령은 1950년 한국에 왔고, 같은 해 8월 왜관 전선을 시찰하던 중 지뢰 폭발로 목숨을 잃었다. 기념비는 1950년 12월 7일 건립됐다. 당시 경상북도지사가 성금을 모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산책로 이정표에 표시된 짧은 지명 안에도 한국전쟁 당시의 역사가 남아 있는 것이다.
범어공원은 자연 속을 걷는 장소인 동시에 지역에 남은 전쟁의 기억을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공원의 역사적 배경까지 확인하려면 나야대령비 방향을 산책 일정에 포함할 수 있다.
대나무 사이로 이어지는 흙길
대나무가 모여 있는 구간에 들어서면 길의 폭과 주변 풍경이 달라진다. 가느다란 대나무 줄기가 양옆으로 길게 늘어서고, 그 사이로 흙길이 이어진다. 길가에는 낮은 기둥형 조명이 설치돼 있으며 포장 진입로 주변의 조명과는 형태가 다르다.
낮은 조명 기둥에는 ‘순환산책로’ 문구와 423번 표시가 붙어 있고, 아래쪽에는 수성구 공원녹지과 명칭이 적혀 있다. 대나무 숲길에서 갈림길을 만났을 때는 이런 표식과 주변 안내판을 함께 확인해 방향을 잡을 수 있다.
대나무 구간을 지나면 굵은 나무가 자리한 비탈을 따라 길이 이어진다. 지면 위로 드러난 나무뿌리와 길 가장자리에 쌓인 낙엽이 가까이 보인다. 주거지역의 높은 건물이 보이는 바깥 공간에서 숲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나무와 비탈이 시야를 채운다.
큰 나뭇가지가 길 위를 가로질러 뻗어 있고, 아래에는 넓은 잎을 지닌 키 작은 식물이 자란다. 서로 다른 높이의 초록 잎이 겹쳐 보이며, 운동장 주변의 트인 하늘과 달리 숲 안에서는 나무 그늘 아래를 걷는 시간이 길어진다.
비탈 구간에는 둥근 목재를 가로로 놓아 만든 흙계단도 있다. 계단 가까이 나무뿌리가 뻗어 있고 단과 단 사이에는 흙과 낙엽이 남아 있다. 작은 골을 지나는 곳에는 짧은 다리가 놓여 있다. 양쪽 기둥을 줄로 연결한 난간이 있으며, 다리 끝은 다시 흙길과 대나무 구간으로 연결된다.
포장길과 목재 계단
범어공원의 걷는 길은 한 가지 형태로만 이어지지 않는다. 포장된 진입로에서 출발한 길이 흙길과 목재 계단으로 바뀌고, 산의 높낮이에 따라 경사가 달라진다. 포장된 오르막에는 가운데 낮은 목재 단을 두고 양옆으로 길을 이어 놓은 구간이 있다.
길 가장자리에는 낮은 회색 조명기구가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돼 있다. 한쪽에는 식물이 덮인 비탈이 있고 다른 쪽으로는 나무가 이어져 산지 지형을 따라 길을 낸 모습이 드러난다.
유모차처럼 바퀴가 달린 이동수단을 동반한다면 이용할 입구와 산책 구간을 미리 살펴볼 필요가 있다. 포장길만 계속되는 것이 아니라 흙길과 계단, 경사진 연결로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전체 순환산책로를 걸을 때는 갈림길마다 설치된 표식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자와 계절 꽃나무
작은 기와지붕 정자 곁에는 배롱나무가 자란다. 진분홍색 꽃이 핀 가지가 목재 기둥 가까이 드리워지고, 나무 뒤편으로는 운동장 조명탑이 보인다. 정자에서 쉬는 공간과 운동하는 장소가 숲 가장자리에 나란히 배치된 모습이다.
배롱나무꽃은 가지 끝에 작은 꽃 여러 송이가 둥글게 모여 핀다. 진분홍 꽃송이 사이로 잎과 가지가 드러난다. 범어공원은 숲길이 중심인 공간이지만, 입구 가까이에 있는 꽃나무 덕분에 계절에 따라 풍경이 달라진다.
운동공간과 가까운 길가에서는 무궁화도 볼 수 있다. 흰 꽃잎 가운데 붉은 무늬가 있는 꽃과 연보라색 꽃이 초록 잎 사이에 피고, 활짝 핀 꽃 옆으로 아직 열리지 않은 봉오리도 달려 있다. 여름에는 숲의 짙은 녹음과 꽃이 함께 산책길의 볼거리를 만든다.
숲속 생활체육 공간
산책길 옆에는 높이가 서로 다른 철봉과 평행봉, 링을 매단 운동기구가 설치돼 있다. 기구 아래는 흙바닥이며 주변으로 나무 그늘이 드리워진다. 걷는 도중 가볍게 몸을 움직이려는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공간이다.
운동기구 뒤편에는 돌을 쌓은 옹벽이 있고 그 위로 대나무가 길게 뻗어 있다. 옆의 돌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위쪽 산책로로 이어져 숲길과 운동시설 사이를 오갈 수 있다.
목재로 만든 평평한 운동대와 경사진 운동대도 나란히 놓여 있다. 옹벽 아래쪽에 길게 배치돼 운동 구역의 범위를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다른 구간에는 원형 발판이 달린 기구와 철봉이 흙길 한쪽에 모여 있다. 산책을 이어가려면 운동기구 옆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된다.
초록색 바닥에 낮은 네트를 설치한 구기운동 공간도 있다. 둘레의 높은 그물은 공이 바깥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는 구조이며, 옆으로 나무와 옹벽이 이어진다. 넓게 트인 잔디 운동장뿐 아니라 숲 가까이에서도 소규모 운동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이 마련돼 있다.
구민운동장과 테니스장
수성구 체육시설 안내에는 구민운동장과 구민테니스장이 각각 별도 시설로 등록돼 있다. 구민테니스장은 대구 수성구 범어동 365에 있으며 테니스 코트 3면을 갖추고 있다. 테니스장을 이용하려면 공원 산책 일정과 함께 해당 시설의 예약 가능 시간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구민운동장 방향의 위치는 대구 수성구 동대구로50길 121-7이다. 이는 범어공원의 여러 진입 방향 가운데 운동장 쪽을 찾기 위한 정보다.
운동장 쪽으로 나오면 넓은 천연잔디 축구장과 계단식 관람석이 보인다. 한쪽은 숲으로 둘러싸여 있고 다른 쪽에는 아파트가 가까이 자리한다. 숲길에서 시작한 산책을 운동장 주변으로 넓히면 공원과 주거지역이 맞닿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수성구민운동장은 2001년 천연잔디를 조성했으며 2002년 월드컵 공식 연습구장으로 사용됐다. 2003년에는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 경기장으로 지정됐다. 현재의 생활체육 공간에 대구에서 열린 국제 스포츠 행사의 기록도 함께 남아 있다.
게이트볼장 구역은 초록색 바닥과 낮은 울타리, 둘레 벤치로 구성돼 있다. 옆의 긴 목재 쉼터에는 지붕 아래로 벤치가 줄지어 놓여 있고 음료 자판기도 보인다. 산책을 시작하기 전이나 일정을 마친 뒤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공간이다.
도시철도로 찾아가는 길
도시철도를 이용할 경우 대구도시철도 3호선 수성구민운동장역을 기준으로 위치를 살펴볼 수 있다. 역의 주소는 대구 수성구 동대구로 248이다. 구민운동장 방향에서 범어공원으로 이동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지점이다.
수성구민운동장역 출입구는 동대구로 중앙에 있어 횡단보도를 거쳐 접근하는 구조다. 역 출입구가 공원 내부로 직접 연결되지는 않는다. 하차한 뒤 구민운동장이나 미리 선택한 공원 입구까지 도보 이동을 이어가야 한다.
고가역에는 승강장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다. 산책을 마친 뒤 다시 같은 역으로 돌아갈지, 공원의 다른 입구로 나갈지에 따라 코스를 정하는 것이 좋다.
국립대구박물관 연계 산책
국립대구박물관을 함께 둘러볼 계획이라면 대구 수성구 청호로 321의 박물관 위치를 기준으로 이동 방향을 정할 수 있다. 공원 이정표에는 대구박물관까지 570m가 표시된 지점도 있다.
국립대구박물관에는 고대문화실과 중세문화실, 복식문화실 등 세 개의 상설전시실이 있다. 대구와 경북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볼 수 있으며, 복식문화실은 지역의 섬유·복식 배경과 연결해 옷의 문화를 소개한다.
국립대구박물관 상설전시는 무료다. 관람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입장은 마감 30분 전까지 가능하다.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 설날과 추석 당일에는 휴관한다. 야외 산책과 실내 전시 관람을 같은 날 계획한다면 박물관 운영일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일상 가까이 열린 도심 숲
범어공원의 강점은 특정 관광시설 하나보다 주민의 일상 가까이에 숲길과 운동공간이 연결돼 있다는 데 있다. 범어동과 황금동의 주거지역 가까이까지 공원이 이어지고, 순환산책로와 정자, 운동기구, 구기운동 공간, 테니스장과 운동장이 서로 다른 구간에 자리한다.
전체 코스를 걷고 싶은 날에는 4.61km 순환산책로를 선택할 수 있다. 짧게 둘러보려면 나야대령비나 구민운동장, 국립대구박물관 등 목적지를 정하고 가까운 구간을 이용하는 방식이 알맞다.
대나무가 길게 늘어선 흙길과 뿌리가 드러난 비탈, 목재 계단과 짧은 다리를 지나면 범어공원이 산지에 조성된 공원이라는 점이 선명해진다. 숲 가장자리에서는 배롱나무와 무궁화가 계절의 변화를 보여주고, 운동장 주변에서는 공원과 동네가 맞닿은 풍경이 펼쳐진다.
오래된 동네 숲을 보존하고 훼손된 공간을 복구하면서 새 산책길을 연결한 범어공원은 걷기와 휴식, 생활체육과 역사 탐방을 한 공간에서 이어갈 수 있는 대구 도심 산책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