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성로 공구골목, 시간의 숨결을 걷다

대구 북성로 공구골목, 시간의 숨결을 걷다
대구 중구 태평로 3가에 위치한 북성로 공구골목은 한국전쟁 이후 1950년대부터 형성된 역사 깊은 상권입니다. 대우빌딩 뒤편에서 달성공원 입구까지 이어지는 약 1.15km 구간에 420여 개의 공구 업체가 밀집해 있어 한강 이남 최대의 공구상 집결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북성로는 대구읍성의 북쪽 성벽길로, 1905년 대구역이 칠성동에 자리 잡으면서 대구 교통의 중심지로 성장했습니다. 이곳은 최초의 번화가로 발전하며 일제강점기에는 원정이라는 명칭 아래 목욕탕, 재목소, 양복점, 조경회사, 백화점 등 다양한 상업시설과 식당, 영화관, 여관 등이 공존하는 문화 거리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미군 부대에서 나온 군수물자와 폐공구를 수집해 판매하던 10여 명의 주민들이 공구 상점을 시작한 것이 오늘날 북성로 공구골목의 시초입니다. 1970~1980년대에는 600여 점포가 성업하며 호황을 누렸고, 1990년대 후반에는 철물, 기계부품, 공구류 등 1,000여 개 점포가 영업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420여 개 점포가 운영 중입니다.
북성로 공구골목은 대구의 산업과 경제를 지탱하는 중요한 공간으로, 다양한 기계 부속품과 공구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특히 농기구 전문 상점에서는 시골 농부들이 필요로 하는 공구들이 빼곡히 진열되어 있어 지역 농업과도 깊은 연관을 맺고 있습니다.
골목 곳곳에는 과거의 흔적과 정겨운 풍경이 남아 있습니다. 북성로 공구골목 사거리에서 보이는 IM 뱅크 건물 내에는 소담 이일우 선생의 생가 자리도 있어 역사적 의미를 더합니다. 또한, 대한민국 1호 음악 감상실인 녹향이 근처에 위치해 문화적 가치도 함께 느낄 수 있습니다.
북성로는 일제강점기 당시 부유한 일본인들이 거주했던 지역으로, 일본식 건축물들이 일부 남아 있어 과거의 흔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전쟁 중에는 문학가들이 찾던 캬바레와 다방, 백화점 등이 있어 문학과 문화의 중심지 역할도 했습니다. 구상, 유치환, 이중서, 조지훈 등 유명 문학가들이 이곳에서 활동했습니다.
현재 북성로 공구골목은 대구역과 동성로, 중앙로 역과 인접해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며, 경상감영공원과 연계한 관광 코스로도 적합합니다. 북성로 공구골목은 한강 이남 최대 규모의 공구상 집결지로서, 대구의 산업과 역사를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입니다.
과거의 활기와는 다소 달라졌지만, 여전히 공구를 찾는 이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북성로 공구골목은 대구의 자부심이자 산업의 중심지로서 그 가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