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 되살린 희움의 기억

골목 안 적산가옥에 남은 역사
대구 근대골목의 번화한 길을 지나 중구 서문로 일대로 들어서면 1920년대에 지어진 2층 목조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식민 지배의 흔적을 품은 적산가옥을 철거하지 않고 보존·재생한 희움일본군위안부역사관이다.
이곳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인 고 김순악 할머니의 유산 기탁과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금 운동을 토대로 마련됐다. 2015년 문을 연 뒤 일본군 ‘위안부’ 피해의 역사를 기록하고 알리는 시민 주도형 전문 역사문화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역사관 건물에는 일제강점기의 구조와 흔적이 남아 있다. 1920년대 적산가옥뿐만 아니라 지하 방공호도 허물지 않고 보존했다. 건물 자체가 식민 지배의 상흔을 보여주는 공간인 동시에, 피해 생존자들의 삶과 증언을 다음 세대에 전하는 전시의 일부가 된 셈이다.
희움일본군위안부역사관 이용 정보
| 구분 | 내용 |
|---|---|
| 주소 | 대구광역시 중구 경상감영길 50 |
| 운영일 | 매주 화요일부터 토요일 |
| 운영시간 |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
| 일반 관람료 | 2,000원 |
| 청소년 어르신 장애인 관람료 | 1,000원 |
| 무료 관람 대상 | 어린이 국가유공자 후원회원 |
| 도슨트 운영 | 오전 11시 오후 2시 오후 4시 |
| 단체 관람 | 10명 이상은 사전 예약 필요 |
| 운영 문의 | 희움일본군위안부역사관 053-254-1431 |
역사관은 전시와 교육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설명한다. 피해 사실을 과거의 개별 사건에 머물게 하지 않고 전시 성폭력과 여성 인권, 평화의 문제로 살펴볼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했다. 시민의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점도 이 역사관이 형성된 배경과 맞닿아 있다.
전쟁과 강제동원의 구조를 기록한 1층
1층 전시실에서는 그대가 남긴 봄을 주제로 한 상설 전시가 이어진다. 전시는 일제가 침략전쟁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군 위안소를 설치하고 여성을 동원한 역사적 사실을 자료와 사진을 통해 보여준다.
일본군 ‘위안부’ 기억해야 할 책임이라는 제목의 전시 패널에는 군 위안소 설치와 강제동원의 역사적 배경이 정리돼 있다. 벽면에는 일제의 국가총동원법과 여성의 동원, 위안소의 시작과 확산 등 당시 상황을 이해하기 위한 내용이 순서에 따라 배치돼 있다.
자료를 따라가면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개인에게 우연히 닥친 피해가 아니라, 전쟁 수행 과정에서 조직적으로 벌어진 국가 주도의 전시 성노예 범죄였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역사적 사료와 사진 기록은 위안소가 등장하고 확산된 과정, 여성들이 동원된 배경을 차분하게 드러낸다.
전시의 흐름은 전쟁이 끝난 뒤에도 계속된 침묵으로 이어진다. 피해 생존자들은 전쟁이 끝난 뒤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와 편견 속에서 오랜 시간 자신의 피해를 말하기 어려웠다. 1층 전시는 그 침묵이 깨지는 과정도 함께 다룬다.
고 김학순 할머니는 1991년 8월 14일 자신이 살아 있는 증거라고 밝히며 피해 사실을 처음 공개 증언했다. 전시는 이 증언이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기록한다. 한 사람의 용기 있는 발언이 감춰졌던 역사를 공적인 기억의 자리로 끌어냈다는 점을 또렷하게 보여준다.
전시가 강조하는 핵심은 피해를 온전히 기억할 책임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한 개인의 아픔이나 지나간 과거사에 한정되지 않으며, 전쟁과 폭력이 인간의 존엄을 어떻게 훼손하는지 되돌아보게 하는 역사라는 사실을 전달한다.
사진으로 이어지는 생존자들의 삶
1층에서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의 높은 벽면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들의 생전 모습과 활동을 담은 사진이 여러 액자에 나뉘어 전시돼 있다. 사진 속에는 환하게 웃는 일상의 표정과 현장에서 목소리를 내던 연대의 순간이 함께 담겨 있다.
계단을 오르는 동안 관람객은 피해 생존자들을 단지 역사적 피해를 입은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게 된다. 각자의 일상을 살아간 한 사람의 모습, 침묵을 깨고 자신의 경험을 증언한 주체의 모습, 다른 시민들과 함께 문제 해결을 요구한 활동의 시간이 사진 속에서 촘촘하게 이어진다.
수많은 사진은 피해의 역사와 이후의 삶을 분리하지 않는다. 전쟁이 남긴 상처를 안고 살아가면서도 서로의 곁을 지키고 사회를 향해 목소리를 냈던 생존자들의 시간이 계단 공간 전체에 펼쳐진다. 관람객이 2층으로 이동하는 짧은 동선은 자연스럽게 기억과 연대의 역사를 따라가는 길이 된다.
압화에 담긴 그대가 남긴 봄
2층 갤러리 평화에는 기획전 그대가 남긴 봄의 전시 공간이 마련돼 있다. 이곳에서는 고 김순악 할머니와 고 심달연 할머니를 비롯한 피해 생존자들이 생전에 원예치료를 통해 완성한 압화 작품을 볼 수 있다.
전시장에는 섬세한 압화 원작과 디지털 아카이브, 꽃을 매만지는 생존자의 모습을 표현한 드로잉이 함께 놓여 있다. 깔끔한 액자에 담긴 작품과 디지털 영상 패널이 한 공간에서 이어지며, 생존자들이 꽃과 식물을 다루었던 시간을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준다.
압화 작품은 말린 꽃잎과 줄기를 하나씩 이어 붙여 완성됐다. 작고 여린 재료가 모여 하나의 꽃망울과 장면을 이루는 모습에서는 오랜 상처를 품고 살아온 생존자들의 시간이 겹쳐 보인다. 전시 공간은 화려한 설명보다 작품과 기록이 전하는 의미에 집중하도록 구성돼 있다.
벽면을 채운 분홍빛 꽃 영상과 네 눈 위에 얹은 듯이 아름답구나라는 글귀도 전시의 흐름을 이룬다. 꽃을 바라보고 손으로 다듬으며 작품으로 남긴 과정은 피해의 고통만을 반복해서 보여주는 데 머물지 않는다. 생존자들이 자신의 삶을 이어가고 서로를 위로했던 시간을 함께 기록한다.
꽃은 이곳에서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기억과 치유를 잇는 매개가 된다. 압화 한 점마다 생존자의 손길과 시간이 남아 있으며, 전시는 그 흔적을 역사 자료와 나란히 놓아 피해 이후의 삶까지 살피게 한다.
열린 테라스 공간희움
2층 실외에는 열린 테라스인 공간희움이 자리한다. 컨테이너 외벽에는 피해 생존자들과 시민들의 모습을 표현한 일러스트 벽화가 그려져 있다. 환하게 웃는 얼굴과 서로의 곁을 지키는 장면이 따뜻한 색채로 이어진다.
컨테이너 내부에서는 1997년부터 이어진 생존자 지원 활동과 연대의 역사를 연표로 살펴볼 수 있다. 꽃을 다정하게 매만지며 치유의 시간을 보내는 생존자들의 모습도 그림으로 담겨 있다. 연표와 그림은 피해 사실을 기록하는 일과 생존자의 삶을 지원하는 활동이 함께 이어져 왔음을 보여준다.
테라스는 실내 전시에서 확인한 역사적 사실을 시민 연대의 기록으로 연결하는 공간이다. 피해 생존자들의 곁을 지킨 사람들과 활동의 시간이 벽화와 연표에 남아 있다. 작은 공간이지만 기록과 교육, 지원과 연대라는 역사관의 성격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시민이 지켜낸 기억의 공간
희움일본군위안부역사관은 고 김순악 할머니의 유산과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금으로 세워졌다. 식민 지배의 흔적이 남은 적산가옥을 없애지 않고 역사교육의 장소로 되살렸다는 점에서 건물과 전시의 의미가 맞물린다.
1층에서는 위안소 설치와 여성 강제동원의 구조, 전쟁 이후의 침묵과 최초 공개 증언의 과정을 다룬다. 계단에서는 피해 생존자들의 일상과 활동을 사진으로 만날 수 있으며, 2층에서는 원예치료를 통해 탄생한 압화와 지원·연대의 기록이 이어진다.
이러한 공간 구성은 피해 생존자들을 고통의 역사 속에만 가두지 않는다. 참혹한 경험을 견디고 침묵을 깨뜨린 용기, 세상과 마주하며 남긴 증언, 꽃잎을 하나씩 이어 붙여 완성한 작품, 곁을 지킨 시민들의 활동을 함께 보여준다.
역사를 기록하고 교육하는 일은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사회의 기억을 지키는 과정이다. 희움일본군위안부역사관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의 진실과 생존자들의 삶을 보존하면서 여성 인권과 평화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장소다.
오래된 목조건물과 지하 방공호, 역사 자료와 사진, 압화와 디지털 기록, 시민 연대의 연표는 서로 떨어진 전시물이 아니다. 식민 지배와 전쟁이 남긴 상처에서 시작해 생존자의 증언과 치유, 시민의 연대로 이어지는 하나의 흐름을 이룬다.
대구 중구의 근대골목 안에 남은 이 공간은 침묵을 깨고 세상 앞에 섰던 피해 생존자들의 용기를 기록한다. 동시에 그 역사를 잊지 않고 온전히 기억해야 할 책임이 오늘을 살아가는 사회에 있다는 점을 조용하고 분명하게 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