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세 손끝에 피어난 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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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세 손끝에 피어난 배움

주판알을 움직이는 손끝마다 배움을 향한 열정이 빛났다. 대구 동구에서 열린 실버 주산 경기 대회는 어르신들이 평생학습으로 익힌 실력을 선보이고 서로의 도전을 격려하는 자리였다. 빠른 계산만을 겨루기보다 배움의 기쁨과 참여의 의미를 함께 나눈 행사였다.

기억톡톡 두뇌튼튼 실버 주산 대회

2026년 10월 28일 대구 동구평생학습센터 2층에서 ‘2026년 기억톡톡, 두뇌튼튼 제2회 실버 주산 경기 대회’가 열렸다. 대구동구마을평생교육지도자협의회가 주관·주최한 이번 행사는 어르신들이 그동안 학습한 주산 실력을 발휘하고 참가자끼리 응원하며 성취감을 나누는 무대로 마련됐다.

행사장에는 노란색과 빨간색, 파란색 모자를 쓴 참가자들이 자리를 채웠다. 경기 시작을 기다리는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설렘과 긴장이 함께 묻어났다. 각 책상 위에는 주판이 놓였고, 참가자들은 문제와 경기 절차를 살피며 차분하게 준비했다.

본격적인 경기에 앞서 늘사랑음악동우회의 축하공연이 펼쳐졌다. 흥겨운 선율이 이어지자 어르신들은 박수를 보내고 몸을 가볍게 움직이며 공연을 즐겼다. 참가자와 진행요원이 함께한 공간에는 활기가 돌았고, 긴장됐던 표정도 공연이 이어지는 동안 한층 부드러워졌다.

다시 돌아온 주판의 의미

딸깍딸깍 주판알을 튕기는 소리는 과거 학교와 가정에서 흔히 들을 수 있었다. 주판은 숫자를 빠르고 정확하게 계산하는 데 활용됐고, 중장년층과 실버세대에게는 당시의 생활과 교육을 떠올리게 하는 익숙한 도구로 남아 있다.

전자계산기와 컴퓨터,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일상에서 주판을 접할 기회는 점차 줄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주판은 지나간 시대의 계산 도구에 머물지 않았다. 어르신들이 새로운 목표를 정하고 꾸준히 배우며 자신의 성과를 확인하는 평생학습의 매개로 다시 등장했다.

주산은 숫자를 기억하면서 손가락으로 주판알을 움직여 계산하는 활동이다. 주산이 치매를 예방하거나 치료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손을 움직이고 숫자에 집중하며 계산 능력을 사용하는 활동이라는 점에서 어르신들의 인지 활동에 의미가 있다.

주산 학습의 가치는 계산 결과만으로 평가되지 않았다. 어르신들이 정기적으로 만나 함께 공부하고, 익숙하지 않은 문제에 도전하며, 한 단계씩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 자체가 대회의 중요한 의미로 드러났다.

주판알에 집중한 경기 현장

경기가 시작되자 공연 때의 흥겨운 분위기는 진지한 집중으로 바뀌었다. 참가자들은 책상 위 문제를 바라보며 한 손으로 주판알을 움직였다. 빠른 손놀림으로 계산을 이어가는 어르신이 있는가 하면, 숫자를 하나씩 확인하며 신중하게 답을 찾아가는 참가자도 있었다.

주판알이 움직이는 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참가자들의 시선은 문제와 주판에 머물렀다. 속도와 방식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끝까지 문제를 풀려는 태도는 같았다. 진행요원들은 참가자들의 경기 과정을 살피며 대회가 원활하게 이어지도록 도왔다.

한 문제를 풀고 다음 문제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참가자들은 스스로 익혀 온 계산 방법을 차분히 적용했다. 오래전 주판을 접했던 기억과 새롭게 배운 내용이 경기장에서 하나로 이어졌다. 등수에만 매달리기보다 직접 대회에 참가하고 문제를 풀어보는 데 의미를 둔 어르신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92세 최고령 참가자의 도전

이날 최고령 참가자는 92세 김분이 어르신이었다. 김 어르신은 실버 주산 경기 대회에 참가해 떨리고 긴장됐지만 무척 재미있었다며 밝게 웃었다.

김 어르신은 과거 여자라는 이유로 교육 기회를 얻기 어려웠던 시절을 떠올리며, 늦게라도 배우고 직접 해볼 수 있어 좋다는 뜻을 밝혔다. 주산 실력이 아직 충분하지 않더라도 도전할 수 있다는 사실이 즐겁고 행복하다며 앞으로도 계속 잘 배우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김 어르신의 참여는 배움에 정해진 나이가 없다는 점을 현장에서 보여줬다. 과거에는 누리지 못했던 교육의 기회를 평생학습을 통해 다시 만나고, 새로운 과제에 도전하는 과정이 한 참가자의 삶에 특별한 기쁨이 되고 있었다.

어르신들에게 주산은 단순한 계산 공부에 그치지 않았다. 배우지 못했던 아쉬움을 채우고, 앞으로 익힐 내용을 기대하게 만드는 학습 활동이었다. 참가자들은 오래전에 접했던 주산을 다시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반겼고, 잘하는 것보다 함께 배우고 대회에 나서는 경험에 더 큰 가치를 두었다.

경쟁보다 빛난 참여와 응원

경기가 끝난 뒤에는 시상식이 이어졌다. 시상식은 참가자들이 기울인 노력과 도전을 격려하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식후 공연도 마련돼 경기의 긴장을 내려놓은 어르신들이 함께 행사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과거 주산이 생활 속에서 빠르고 정확한 계산을 돕는 기술이었다면, 이번 대회에서는 손과 머리를 함께 움직이고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는 평생학습 활동으로 활용됐다. 참가자들은 스스로 목표를 세워 연습하고, 경기장에서 그 결과를 확인하며 배움의 성취감을 나눴다.

잘하는 것보다 직접 해보는 즐거움이 컸고, 이기는 것보다 함께 참여하는 행복이 돋보였다. 제2회 실버 주산 경기 대회는 계산 실력을 겨루는 데서 나아가 어르신들의 학습 열정과 도전하는 삶의 모습을 보여줬다.

경기장에서는 주름진 손끝이 주판알을 쉴 새 없이 움직였다. 그 손길에는 오랜 세월의 기억이 담겼고, 새로운 내용을 배우려는 마음에는 다음 도전을 향한 기대가 배어 있었다. 92세 참가자를 비롯한 어르신들의 도전은 평생학습이 일상에 활력과 목표를 더할 수 있음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행사와 장소 정보

행사명2026년 기억톡톡, 두뇌튼튼 제2회 실버 주산 경기 대회
일시2026년 10월 28일
장소대구 동구평생학습센터 2층
주관·주최대구동구마을평생교육지도자협의회
시설대구광역시 동구평생학습교육센터
시설 주소대구광역시 동구 안심뉴타운5로 30,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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