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중도에 펼쳐진 정원도시

금호강 하중도가 시민과 자연을 잇는 거대한 가을 정원으로 변신했다. 대구광역시는 2026년 10월 23일부터 27일까지 금호강 하중도 일원에서 2026 대구정원박람회를 개최했다.
이번 박람회의 주제는 ‘그리다·낭독하다·머물다’였다. 자연을 눈에 담아 그려 보고, 자연이 전하는 글을 낭독하며, 정원에 머물러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도록 행사가 구성됐다. 하중도를 따라 이어진 정원과 가을 식물은 관람객에게 걷고 보고 듣고 만지는 오감의 경험을 제공했다.
시민이 함께 완성한 77개 정원
박람회장에는 학생과 시민, 기업 등이 직접 조성한 77개 참여정원이 마련됐다. 대구 간송미술관과 협업한 겸재 테마정원과 45개 기업·기관이 참여한 정원산업전도 함께 운영돼 정원의 문화적 가치와 산업적 가능성을 한자리에서 보여줬다.
정원은 식물을 모아 놓은 공간에 머물지 않았다. 관람객이 자연 속을 거닐며 색과 향기를 느끼고, 바람과 식물이 만드는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휴식의 장소로 꾸며졌다.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은 정원 사이를 천천히 걸었고, 국화와 가을 풍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지역의 특징을 담은 구군참여정원
구군참여정원은 대구 각 지역의 문화와 환경을 정원이라는 형식으로 풀어냈다. 북구의 ‘행복을 북구하다’ 정원은 알록달록한 국화를 활용해 화사한 공간을 연출했다. 선명한 꽃의 색감이 이어진 정원에서는 사진을 촬영하는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달서구는 ‘달서 미식 3코스’를 주제로 정원을 담은 테이블을 선보였다. 이곡동 장미공원과 두류 치맥페스티벌, 도원동 무릉도원을 표현한 포토존을 배치해 달서구의 대표적인 장소와 축제를 하나의 정원 안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달성군의 ‘군민이 함께 만드는 정원’은 자원 재활용과 기후변화 대응에 초점을 맞췄다. 식물을 쉽게 옮길 수 있도록 톤백을 활용했으며, 사용한 초화류는 달성군 관내 조경사업장에 다시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재활용 소재로 연못과 플랜터를 만들고, 관리 부담을 줄인 식재 방식과 빗물 활용 요소를 적용해 사회문제에 대응하는 정원의 모습을 제시했다.
남구 정원은 세월의 흔적이 남은 이천동 고미술거리와 발굴 현장을 표현했다. 산수유 그늘 아래에는 편안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이천동의 문화적 특징과 아늑한 쉼터의 기능을 함께 담아냈다.
국화로 만난 대구의 자연
대구수목원이 조성한 국화 토피어리도 눈길을 끌었다. 대구의 귀여운 수달 캐릭터 ‘도달쑤’와 돌고래의 모습을 국화로 형상화해 식물과 조형미를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대구수목원 국화전시회는 2026년 11월 6일부터 15일까지 10일 동안 대구수목원에서 진행된다. 하중도 박람회에서 선보인 국화의 다채로운 매력은 대구수목원 전시로 이어진다.
대구광역시농업기술센터의 도시농업정원에서는 채소와 과수, 정원 식물이 어우러진 탄소중립 생활정원을 볼 수 있었다. 조형물 끝에 매달린 수세미를 비롯해 생활 속에서 접할 수 있는 작물들이 정원 식물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뤘다.
도시의 벽을 넘은 기업 협력정원
기업 협력정원은 식물과 도시 공간이 만나는 여러 방식을 제안했다. 시티그린의 ‘초록, 벽을 넘다 도시에 세운 수직의 숲’은 수직 벽면에서 시작한 초록이 사람의 발길과 바람, 빛을 따라 도시 안으로 스며드는 모습을 표현했다.
용성화훼는 국화를 중심으로 다양한 초화와 야생화 품종을 플랜트 박스에 조화롭게 심었다. 관람객이 꽃을 감상하면서 잠시 머무를 수 있는 쉼터 형태로 조성해 기업 협력정원이 전시와 휴식의 기능을 함께 수행하도록 했다.
직접 만들고 배우는 가을정원
행사장에서는 가족 단위 관람객을 위한 정원 체험도 진행됐다. 가족정원 교실에서는 하루 한정 수량으로 가을정원 화분 만들기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완성한 화분을 손에 든 참가자들이 박람회장을 둘러보는 모습은 관람 중심의 축제에 직접 만드는 즐거움을 더했다.
현장 접수 방식의 도슨트 투어는 모두 4회차로 나뉘어 진행됐다. 정원에 담긴 주제와 구성 요소를 설명과 함께 살펴볼 수 있도록 마련된 프로그램이었다. 원하는 엽서와 문구를 선택해 캘리그래피 엽서를 받는 체험도 운영돼 가을 정원의 분위기를 기록할 수 있게 했다.
지역 농산물 상생장터를 비롯해 반려식물 클리닉, 가을정원 체험관, 도시농업 상추 키우기, 돌 위에 자연을 표현하는 석부작 만들기 등 여러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꽃과 식물을 관람하고 구매할 수 있었던 정원산업전에는 다양한 품종과 정원 관련 전시가 모여 관람객들의 관심을 받았다.
소망과 지역 역사를 담은 정원
메모리얼가든에서는 관람객 한 명당 한 장의 소원지를 작성해 터널에 걸어 둘 수 있었다. 여러 사람의 소망이 모인 터널은 개인의 바람과 공동체의 풍경이 함께 쌓이는 공간으로 구성됐다.
학생정원은 대구의 근대골목과 근대문학을 소재로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작품에 담았다. 역사적 소재를 감각적인 정원으로 풀어낸 공간에서는 관람객들이 사진을 촬영하며 박람회의 기억을 남겼다.
하중도에서는 정원 전시뿐 아니라 황화코스모스와 갈대, 댑싸리도 함께 볼 수 있었다. 가을빛으로 물든 식물과 정원을 따라 걷는 동선이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넓은 행사장을 산책하며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시민들의 모습도 곳곳에서 관찰됐다.
정원도시 대구의 가능성
2026 대구정원박람회는 시민과 학생, 기업, 기관이 함께 정원을 만들고 공유하는 자리였다. ‘그리다·낭독하다·머물다’라는 주제에 맞춰 자연을 바라보고 그 안에 머무는 경험을 중심에 뒀다.
구군의 지역성과 대구의 문화, 도시농업, 탄소중립, 자원 재활용, 정원산업을 서로 다른 형태의 정원으로 보여준 점도 특징이다. 금호강 하중도에 조성된 정원들은 시민에게 휴식과 여유를 제공하는 동시에 도시 안에서 자연과 공존하는 여러 방법을 제시했다.
